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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면옥 - 내 입맛에 맞는 평양냉면

먹는게남는거

by toomuch 2018. 3. 12.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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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면옥 - 의정부파 평양냉면


나는 면을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냉면을 좋아하는데, 분식점이나 이런데서 파는 시큼한 냉면보다는 평양냉면을 좋아한다. 내가 처음 평양냉면을 접했던 때는 금강산에서 처음이었는데, 처음에는 맹맹~한 그 맛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닥 또 한모금 냉면육수를 마시니 뒷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점에서 깜짝 놀랐고, 다른 냉면은 사실 그닥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처음 평양냉면을 접하면 다들 그 밍밍한 맛에 별로라고 한다. 하지만, 두세번 먹다 보면 평양냉면의 맛에 빠지고야 만다. 그렇지 않다면 어쩔 수 없지만, 많은 미식가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평양냉면은 분명 그 묘한 매력이 있다.



을지면옥은 내가 좋아하는 평양냉면집이다. 금강산에서 먹었던 그 맛과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고명은 금강산이 더 화려했지만, 육수의 맛과 면의 맛이 비슷해서 좋아한다. 을지면옥은 을지로에 있다. 을지로3가역 5번 출구 바로 앞에 위치해 있다.



참고로 주차할 곳은 없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오전 11시부터 밤 9시까지 영업을 하며, 일요일은 쉰다.




평양냉면집은 정말 다양한 계보가 있고, 집마다 그 맛도 다른데, 크게 의정부파와 장충동파로 나뉜다. 의정부파는 맑은 육수에 파와 고춧가루를 넣는 것이 특징이고, 장충동파는 깔끔한 육수에 오이고명이 올라간다. 


의정부파는 의정부 평양면옥이 그 원조가 되며, 첫째딸이 필동면옥, 둘째딸이 을지면옥, 셋째딸이 본가 평양면옥을 운영하고 있다. 장충동파는 장충동 평양면옥이 원조로, 둘째아들이 평양면옥 논현점, 큰 아들의 딸과 사위가 평양면옥(도곡점), 그리고, 분당에 위치한 평양면옥이 있다. 평양면옥 또한 그 맛이 일품이다. 논현점 평양면옥은 일요일에도 영업을 한다. 그래서 을지면옥을 가지 못할 때에는 평양면옥을 가곤 한다. 



을지면옥은 주문을 받는 방식이 참 독특하다. 주문을 하면, 이렇게 번호표를 준다. 나중에 계산할 때에 이 번호표를 내면 뭐 먹었는지, 얼마인지 알아서 받는다. 그나저나, 을지면옥은 그 분위기가 상당히 독특하다. 마치 숨겨진 보물을 찾는 듯, 골목길 사이에 위치한 길을 따라 들어가면, 나오는 그 신비로움하며, 세월을 볼 수 있는 실내 분위기가 얼마나 오래된 맛집인가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자리에 앉으면, '면수' 를 준다. 평양냉면은 '메밀' 로 면을 만드는데, 이 면을 삶은 물을 먼저 준다. 일반적인 냉면집에서는 고기육수. 그 짭짜롬하고 달큼한 육수를 주는 것과는 차이를 보인다. 구수~한 면수를 홀짝홀짝 마시다 보면 어느새 속은 편안~해진다. 메밀이기 때문에 소화가 잘 된다. 



가격은 어느새 많이 올랐다. 내 기억에 처음 먹은 냉면은 만원이 넘지 않았었다. 어느새 만원을 훌쩍 넘어 냉면 한그릇에 11,000 원이나 하고, 면과 함께 먹으면 더 맛있는 편육(제육)은 22,000 원이다. 전에는 반접시도 팔았는데, 이제는 한접시씩만 판다고 한다. 사실 중간에 몇년 못왔었다. 일요일밖에 쉬질 못하다보니 그동안은 올 기회가 없었는데 그 사이에 가격이 훌쩍 올랐다. 하긴 냉면 한그릇을 만드는데 드는 고생이 있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가격이 오르는 정도는 이해를 해주어야 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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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주후면(先酒後麵)


아쉽게도 다음 스케쥴이 있어서 술을 마시지는 못했다. 선주후면(先酒後麵) 이라고 해서, 술을 한잔 마시고, 냉면을 먹는게 평양냉면을 맛있게 즐기는 방법 중 하나이다. 사실, 평양냉면은 해장음식으로도 최고다. 아참, 평양냉면집에서는 '가위' 가 나오지 않는다. 전분으로 만들어 면이 쫄깃하고 질긴 '함흥냉면' 과 달리, 이빨로 툭툭 끊어질만큼 먹기 쉬운 메밀면은 가위가 없어도 먹기가 어렵지 않다. 그리고, 장수를 기원하는 음식인 '면' 을 끊어먹는 건 냉면부심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보통 식초와 겨자를 곁들이기도 하는데, 나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본연의 육수맛을 해치는게 싫다. 식초로 혹시 모를 잡균을 소독한다지만, 시큼한 맛으로 깊은 육수맛을 해치는게 너무나도 싫다. 그리고, 계란 노른자가 육수를 해치기 전에 가장 먼저 먹어버린다. 계란 노른자가 냉면육수에 풀어지는 것이 그렇게나 싫다. 이 육수는 참 독특한게, 돼지고기와 소고기로 우려만든 육수에 얼음도 없는데 차갑고 시원하다. 얼음이 없어 면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그냥 살얼음이 둥둥 떠있는 일반 냉면은 이가 시리고 면맛을 느낄 수 없다. 깨를 왕창 뿌려서 맛을 해치는 것도 별로다. 


그리고, 곁들여 나오는 반찬으로 '무' 가 나오는데, 메밀의 거친 성분을 중화시켜주고 소화를 돕는다. 약간 심심하게 느껴질 때에는 무 한조각 정도 먹으면 입맛이 또 살아난다. 그 무를 육수에 넣어먹어도 맛이 괜찮다. 



마지막 한모금까지 시원~하게 들이키면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만화 '토리코' 에서 '센츄리 수프' 를 마시고 멍청하고 행복한 미소를 짓는 것처럼 행복한 미소가 지어지게 된다. 나에게 평양냉면은 여러 의미가 있다. 그 중에 가장 큰 의미는 맛있어서 행복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평양냉면이 입맛에 맞지 않는다면, 굳이 강요할 필요는 없다. 입맛은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에 의한 '주관적' 인 경험일 수 밖에 없다. 다만 내가 느꼈던 이 즐거움을 다른 사람들도 한번 느껴봤으면 싶은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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