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베트남 여행, 달랏(Dalat) 프롤로그
어쩌다 베트남 여행
prologue
“그냥 가면 되잖아?”
매일 TV 에 나오는 여행 관련 프로그램을 보면서 해외여행 가보고 싶다는 나를 향해 아내는 그냥 떠나보라고 했다. 나는 지금껏 혼자 해외여행을 떠나본 적이 없었다. 신혼여행 때에도 와이프가 다 준비한 것이었고, 출장을 간 적은 있었어도 단순히 즐기기 위한 여행을 떠나본 적이 없었던 나를 향해 아내는 떠나보라고 했었다. 하지만, 덜컥 겁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숙소도 항공권도 모두 내가 정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일은 누가 하지?’
‘강아지 산책은 어떻게 하지?’
‘와이프 혼자 아이 보는거 힘들텐데?’
‘돈 아까운데’
등등의 다양한 변명들로 가득 차 있었던 순간에 아내가 100만원을 쥐어주면서 떠나보라는 말에 무턱대고 가볼만한, 가보고 싶은 나라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결정한 곳은 ‘베트남’ 이었다. TV 에서도 많이 나오고, 한국 사람들이 많이 가는 가성비 좋은 여행지. 해외여행의 자신감이 없었떤 나에게는 딱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날짜를 대충 정하고, 대충 여행지를 찾아보고, 대충 항공권과 숙소를 빠르게 예약했다. 너무 고민하면 또 갖가지 변명들로 여행을 가보지 못할 것 같아서 말이다. 여기에 혼자 가기 살짝 무서워 친한 동생과 함께 떠나보기로 했다.
사실 여행을 떠나고 싶은 것은 현실이 녹록치 않음에 있었다. 잦은 다툼과 스트레스. 물론,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는 경제적인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일이었지만, 그 안에서 부부간의 다독여줌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지 못했다는 점. 그렇지 못했기에 일종의 일탈을 꿈꾸고 있었던 것이었다. 한번은 심리적으로 완전히 바닥에 가라앉았을 때 여행을 떠나 돌아오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있었다. 인도 바라나시로 떠나 그곳에서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사라지고 싶었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켜내야 할 것이 많았기에 생각을 바꿨다. 그러고보니 100만원을 쥐어준 아내는 100만원이 살림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금액이 맞지만, 여행을 다녀오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 다녀오라며 따로 모아놨었다고 한 것이 너무 고맙다.
그렇게 어찌어찌 여행지를 정하고서는 여행지의 정보를 살펴보기 시작하는 모든 순간이 설레임이었다. 그러면서 어느덧 단순히 관광이 아닌 ‘여행’ 을 하고 싶어졌는데, 주 테마는 ‘먹는 것’ 이었지만, 그래도 나름의 여행이라는 것에 대해 철학을 세우기 시작했다.
단순히 지정학적, 물리적 장소로 이동하는 여행인지, 내면의 성취를 위한 여행인지. 목적지에 다다른 순간 어떤 감정이 들까? 하는 호기심과 설레임을 느끼며, 여행이라는 것이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행위’ 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가 가득했고, 단순히 이동하는 것만이 아닌, 무엇 하나라도 배울 수 있는 여행을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어렸을 적이었다면 단순히 목적지를 가는 그 자체가 신났겠지만, 이제는 준비과정부터 신났었다. 그 즐거움이 어른스러워졌다는게 아닐까? 그리고 지정학적 여행이 아닌 만큼, 중간에 목적지를 바꾸게 되는 변수가 생기더라도, 실망스럽지 않고 스스로에 대한 합리적 해명이 가능한 어른이 되었다는 것과 그 우연들이 오히려 더 기대가 되었다.
지쳐있던 삶에서 덤덤한 일상의 즐거움들을 느끼고 내면의 독백과 타협을 통해 합리화하는 어른이 되었다는 것과 설레임을 안고 여행을 떠나려는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이 뒤섞여 여행을 준비하고 떠났다.
한때는 사람으로 살 것인가, 사람답게 살 것일가에 대해 고민을 한 적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어쩌다보니 그럭저럭 대충 사람답게는 살아온 것 같다. 그리고 이제는 많은 경험을 더해 삶을 정신적으로 더 풍요롭게 하자는 생각이 들게 된다.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환경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 경제적 풍요로움은 쉽게 이룰 수 없어도, 마음을 채우는 것은 여행을 통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 여행이랄까?
비록 5박 7일의 여행이었지만, 정말 소중한 경험으로 다시금 삶의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이 글을 보는 사람들도 간접경험을 통해 삶의 원동력에 불을 지필 수 있지 않을까? 이제 하나씩 여행의 경험들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달랑 가방 하나에 옷 두벌, 노트 하나 들고 떠난 첫 여행지는 베트남 ‘달랏(Dalat)’ 이었다. 미리 말하자면, 다양한 일들이 있었다.
사진 : 아이폰 14 pro + Proraw + Sandmarc fil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