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전기차의 시대인가, 아직인가?
쉐보레 볼트 EV 를 또 시승해봤다. 그리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전기차의 시대. 시기상조인가 벌써 와 있는 것인가? 벌써 와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겠다. 이미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전기차는 편하면서 동시에 불편했다. 무엇이 편했고 무엇이 불편했는지, 전기차를 소유하려면 우리가 지금껏 유지해 온 라이프스타일과는 완전히 달라야 하며, 한국이라는 배경에 전기차가 어떻게 작용되는지 한번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충전소가 어디지?
쉐보레 볼트EV 는 1회 충전으로 주행가능거리가 380km 에 달하는 매우 훌륭한 실용적인 전기차다. 하지만, 충전을 할 때라면 말이 달라진다. 지금껏 하루 혹은 이틀 정도만 전기차를 운행했었는데, 일주일동안 전기차를 타보니 충전에 대한 불편함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나는 연비운전을 하는 타입이 아니다. 하지만, 볼트 EV 로 충분한 거리를 달릴 수 있었는데, 문제는 바로 그것이었다. 운전을 하는 일정이 많다보니 일주일에 충전을 두번이나 해야 했다. 자신의 집에 충전기가 있다면 별로 걱정할 것이 없을 것이지만, 나를 포함해서 대부분은 여전히 충전소를 찾아다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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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의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 지난 1995년 37.5% 였던 아파트의 비율은 2015년도가 되자 59.9%에 달했다. 지금은 분명 더 늘었을 것이다. 그리고, 단독주택의 비중은 47.1% 에서 24.3% 로 줄었다. 사실 한국사람 대부분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것이며, 개인주택이라 하더라도, 비를 피할 수 있는 차고가 있고 충전시설을 갖출 수 있는 곳은 얼마나 될까? 게다가 자가주택은 얼마나 될까?
전기차의 충전기 구입비와 설치비를 지원해준다 하더라도, 처음 구입할 때 뿐이며 나머지는 개인이 설치비를 부담해야 한다. 특히 전세를 살고 있다면 더더욱 충전은 큰 문제로 다가온다. 전기차의 충전은 정말 쫄리는 느낌 가득한 부담이다.
전기차를 현실적으로 바라보자
전기차를 타보고 정말 마음에 들었다. 특히, 쉐보레 볼트 EV 의 주행감각은 기본기가 탁월했고 공간활용도 실용적이다. 잠깐 탔을 때의 이야기이다. 확실히 충전을 하는 것은 '일' 이 된다. 개인주택이 없다면 말이다. 그리고, 그 개인주택이 없는 것은 국민 대부분이다. 대부분의 공공 충전시설은 '급속충전' 이 되지 않거나 카드를 사용할 수 없거나, 고장이 나 있거나, 이미 누가 충전을 하고 있었다. 다음날 출근을 위해서 집에서 수km~수십km 떨어진 곳에 가서 40분이나 충전을 해야 한다. 집 가까운 곳에는 '급속충전소' 가 없기 때문이다.
△ 주행가능거리가 20여km 남았을 때 급속충전을 했더니, 주행가능거리가 185km 이다.
전기차는 분명 매력적이다. 얼핏 계산을 했을 때, 일반적인 출퇴근을 하는 회사원의 경우 하루에 약 40km 정도의 거리를 주행한다. 이 계산이라면 일주일에 하루! 주말에 급속충전기가 있는 대형마트에 가서 장을 보면서 충전을 하면 정말 편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주행가능거리는 짧아지고 마음은 조급해지고 마트에 갔더니 6시간 이상 충전해야 하는 '완속충전기' 만 있었고, 주차요금까지 내야 하는 상황도 겹치고 집에 올때는 택시를 타고 와야 했다. 다음날을 준비할 여건이 안되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기관이나 어플리케이션에서 소개하는 충전소는 제대로 운영이 안되는 곳이 많다.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한다면 훌륭한 전기차!
앞서 말한대로 하루 주행거리가 100km 를 넘지 않고, 차고 혹은 전용 충전소가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갖고 있다면 전기차는 매우 훌륭한 선택이다. 환경도 지키고, 유지비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라이프 스타일이 한곳에 정착하고 사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 또한 고려해야 한다.
전기차는 조용하고, 빠르다. 게다가 부품의 수가 적어 공간활용도 넓다. 배터리 문제가 해결되면 더더욱 시티라이프에 걸맞는 자동차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전기차를 구입하고 싶다면 당신의 라이프 스타일 중 전기차를 구입할만한 '충분조건' 이 있는지 체크해봐야 한다. 자가주택 혹은 전기충전기가 설치된 아파트, 도심 위주의 생활, 하루 주행거리가 100km 이내일 것 등 말이다. 이 범위에 들었다면 전기차를 선택하는 것은 매우 현명하다.
전기차를 옹호했다. 내가 살 차가 아니고, 내 라이프 스타일이 아니니깐 말이다. 하지만, 1주일동안 타고 다녀보니 '충전' 은 확실히 나에게 스트레스인 '일' 이 되었다. 충전소를 찾는 일. 충전방식이 맞는지, 고장은 나지 않았는지, 충전시간은 짧은 급속충전인지 말이다.
이 훌륭한 전기차를 걱정없이 타고 다닐 인프라 구축이 안되어 있고, 나의 환경이 그렇지 않다는 것에 속상했다.
전기차의 시대는 이미 왔다. 하지만, 한국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어쩌면 수소연료전지차가 더욱 현실적이라는 생각조차 든다. 인프라 구축이 되어 있지 않고 이 나라의 주거형태 및 라이프 스타일과는 '아직' 동떨어져 있다.
개인적으로는 으르렁거리는 가솔린차가 좋다. 사실 전기차는 로봇강아지를 만지는 느낌이다. 난 진짜 강아지랑 놀고 싶다. 아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 볼트EV 는 정말 훌륭한 매우 실용적인 전기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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