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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스로이스와 벤틀리. 애증의 관계

자동차 칼럼

by toomuch 2016. 2. 25.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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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드라마처럼 얽힌 출생의 비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롤스로이스와 벤틀리는 사실 한 집안이었다. 이 둘은 애증의 관계이면서, 서로 가슴아픈 복잡 미묘한 역사가 있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물론, 최고의 럭셔리 브랜드를 지칭하는 대명사 이기도 하다.


이 둘의 관계가 어땠는지 한번 알아보자.


대표이미지


# 롤스로이스(Rolls Royce)

1906년에 설립된 콧대높은 롤스로이스는 전구용 필라멘트를 만들던 프레드릭 헨리 로이스(Frederick Henry Royce) 와 자동차 딜러를 하면서 레이서로 활양학 귀족 찰스 롤스(Charles Rolls)가 함께 만든 회사이다. 롤스로이스의 아이덴티티를 살펴보자면, 파르테논 신전을 본딴 라디에이터 그릴과 플라잉 레이디(Flying Lady 혹은 환희의 여신상-'Spirit of Ecstasy') 를 말할 수 있겠고, 조용하고 편안하며, 강력함을 자랑하는 것이 다른 특징이다. 자동차 회사이면서, 전쟁 당시에 항공기 엔진을 제작하기도 했던 롤스로이스는 아무에게나 차를 팔지 않고 자기네들이 심사를 거쳐서 이 차의 품격에 어울리는 고객에게만 판매했다는 것이 유명한 일화이다. 


# 벤틀리(Bentley)

롤스로이스와 마이바흐에 이어 세계 3대 명차로 불리우는 벤틀리는 현재는 폭스바겐 소속이지만, 영국 브랜드 중에서 고급스러운 스포츠성이 강한 브랜드이며, 1919년 월터 오웬 벤틀리(Walter Owen Bentely) 에 의해 설립되었다. 역시나 롤스로이스처럼 고급 자동차 브랜드이다. 롤스로이스처럼 엠블럼 하나만으로 존재감이 강력하고, 성능 또한 강력하여 모터스포츠에서도 두각을 드러내었었다.

자, 이 다른 것 같은 두 회사는 잠시동안 한 회사였다. 바로, 롤스로이스-벤틀리 그룹으로 불리웠던 그 시대를 알게 되면 왜 벤틀리와 롤스로이스가 서로 닮았으며, 다른지 알게 될 것이다. 


1929년에 시작된 사상 최악의 세계대공황을 맞이하면서, 벤틀리는 채무를 갚지 못하고, 1931년에 롤스로이스에 인수되었다. 인수된 이후에는 롤스로이스 차종에서 주로 스포츠 버전의 차량을 생산하였다. 한번, 각각의 벤틀리와 롤스로이스가 얼마나 닮아있는지 한번 살펴보자.


△ Rolls Royce Silver Spur (1995-1998)

1995년에서 1998년 롤스로이스가 BMW 에 합병되기 전까지의 모델을 살펴보면, 벤틀리와 디자인이 상당히 많이 비슷하며, 성능 또한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묘한 기분이다. 롤스로이스 실버스퍼는 1993년부터 사용된 6.75리터 V8 엔진을 업그레이드하여 304마력(3,900 rpm), 400Nm(2,000 rpm) 의 출력으로 제로백 8초, 최고속력 225km/h 까지 내는 성능을 보였다. 당시에 실버스퍼는 자동 4단 미션과 후륜구동으로 움직였으며, 16인치의 휠을 사용하였었다. 지금과 비교하면, 휠사이즈는 다소 검소해 보였다. 사이즈는 전장 5,395mm, 전폭 2,111mm, 전고 1,486mm 로 지금과 큰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의 빅사이즈였다.

△ Bentley Turbo R (1986)

벤틀리 터보R 모델은 1985년부터 1995년까지 생산된 모델이다. 사진속 터보R 모델은 1994년도에 제작된 모델로, 롤스로이스 실버스퍼와 같은 6.75리터 V8 엔진을 사용하였다. 휠 사이즈는 실버스퍼보다 1인치 큰 17인치 휠을 사용하였고, 최고속력은 무려 249km/h 에 달했다. 프론트 그릴과 휀더, 사이드 미러, 헤드램프를 보면 상당히 비슷해보이며, 큰 차이는 롤스로이스의 상징인 '플라잉 레이디' 엠블럼이 없는 수준 정도였다. 아참, 이때 이미 ABS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었다고 한다. 

△ Bentley Musanne (1980-1987)

벤틀리 터보 R 보다 먼저 생산되었던 뮬산 모델만 보더라도, 두 회사가 합쳐지고 나서, 약간의 차이 외에는 거의 같은 차종을 생산했다고 보면 된다. 당시에 벤틀리 뮬산은 6.75리터 뱅크각 90도의 V8 엔진을 사용하였고, 3단 자동미션과 함께, 롱바디 차량으로 많은 인기를 누렸으며, 뮬산은 롤스로이스 실버 스피릿(Rolls Royce Silver Spirit) 에서 개선되어 나온 모델이라고 한다. 

정말, 벤틀리와 롤스로이스와의 이 끈끈하면서 뭔가 모를 애틋한 관계가 이 두 브랜드를 새롭게 바라보게 만든다.

위의 모델들은 각각 BMW 와 폭스바겐에 인수되기 직전의 모델들이라 31년에 롤스로이스-벤틀리 그룹이 되면서 60여년의 세월동안 많이 닮아왔었다고 보면 된다. 사실, 롤스로이스 산하에 있었기 때문에 벤틀리는 그냥 롤스로이스의 변종 내지는 아류작으로 '조금 더 저렴한 롤스로이스' 정도로 인식되었었다. 실제로 롤스로이스는 쇼퍼드리븐의 성격이 강하다면, 벤틀리는 오너드리븐의 성향이 강했고, 그것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 Rolls Royce Silver Wraith (1938-1939)

지금도 많은 수집가들의 수집 대상이 되고 있는 롤스로이스 실버 레이스는 독립서스펜션과 함께, 4,257cc 직렬 6기통 엔진을 사용하고, 3,454.4mm 의 긴 차체를 자랑했다. 당시에 이런 형태의 리무진을 후퍼리무진이라 불렀는데, 1차 세계대전 이후까지 사랑받은 모델이다. 


△ Bentley Mark V (1940)

1931년에 벤틀리가 롤스로이스에 인수되고 난 이후에도 보면, 많은 부분이 닮아있다. 당시의 차량들이 대부분 이런 모습이었지만, 프론트 그릴이 상당히 닮은 모습이었으며, 롤스로이스 실버 레이스와 같은 4,257cc 직렬 6기통 엔진을 사용한 것도 닮은 구석이다. 이때 벤틀리는 4단 건식 클러치를사용하고 있었고, 차체는 롤스로이스보다는 짧은 3,149.6mm 의 길이를 보였다. 그리고, 롤스로이스보다는 스포티함을 더 강조했다고 한다.


우리의 정서와는 다르게, 롤스로이스와 벤틀리는 함께 한 시간동안 많은 부분을 공유했지만, 서로의 다른 성격을 존중해주었고, 각자 다르게 진화해왔다. 그리고, 1998년에 각각 BMW 와 폭스바겐에 인수되는 동안에도 둘이 얼마나 끈끈하게 엮여있었던지, BMW 와 폭스바겐이 각각 벤틀리와 롤스로이스를 인수할 때에도 재미난 일화가 있었다.

BMW - "야. 우리가 롤스로이스의 새 주인이야"
VW - "ㅄ들. 그래 알았어. 근데, 그거 알아? 플라잉 레이디의 상표권은 우리가 샀어 ㅄ들아"

1998년에 롤스로이스가 오래전부터 엔진과 각종 부품을 납품하던 BMW 에 넘어갈 때에 BMW와 폭스바겐이 입찰경쟁을 벌였고, 폭스바겐이 더 많은 금액을 제시해 이겨버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여기에는 롤스로이스 소유권 문서에 회사명과 로고를 소유해야 한다는 강제조항이 들어가 있었는데, 우선협상자였던 BMW와의 기존의 끈끈한 관계 때문에 BMW 에 롤스로이스의 회사명과 로고의 라이센스를 부여해버린 것이었다. 이에 열받은 폭스바겐은 플라잉 레이디(일명'환희의 여신')와 파르테논 신전 모양의 라디에이터 그릴의 권리를 사버렸다. 그런데, 폭스바겐은 롤스로이스의 상표권을 보유하지 못한 상태였고, 반대로 BMW 는 롤스로이스의 상표권은 있지만, 그릴과 플라잉 레이디(환희의 여신) 에 대한 권리가 없는 우스운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즉, BMW 는 브랜드 상표권은 있지만, 상징 디자인에 대한 권리는 없는 웃기는 상황에 처한 것.

그래서, BMW 는 폭스바겐이 소유한 상표권을 구입하기 위해서 4천만 파운드(한화 약 680억 이상)를 써버렸고, 폭스바겐은 벤틀리를 인수하게 되었다. 그래서,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폭스바겐이 롤스로이스의 이름을 한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고, 2003년부터는 롤스로이스의 상표를 BMW 에서 마음놓고 쓸 수 있었다.


이렇듯, 롤스로이스와 벤틀리는 헤어지는 과정에서도 서로 웃지 못할 끈끈한 관계를 보였다. 서로 다른 듯 닮아있는 두 브랜드는 여전히 전세계에서 내노라하는 고급브랜드로 자리잡고 있으며, 한 브랜드는 안락함을 자랑하며, 한 브랜드는 스포티함을 자랑하고 있는 브랜드로 처음의 성격 또한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만약, 두 브랜드 중에서 무엇이 더 끌리냐 묻는다면, 개인적으로는 벤틀리를 더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다. 벤틀리는 오너드리븐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더 잘 어울리니깐 말이다.




*본문의 내용은 네이버 블로그에서 티스토리로 이전하면서 예전에 썼던 글(asprn.kr)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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