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으로 하는 회초리질을 알아주었으면!
현대자동차에서 이 글을 볼지 안볼지는 관심이 없다. 나는 진심으로 현대자동차가 잘못되길 바라지 않는다. 잘되길 바라고 있다. 애증의 관계라고 해두면 되겠다. 그런데, 이제는 현대자동차가 더 늦기 전에 잘못을 알고 고쳐나가길 바라고 있다. 지금 이 상태로는 '현대차 위기론' 이 실제로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것이 불안하며, 더 좋은 차가 타고 싶을 뿐이다.
누가 뭐래도 현대자동차는 국산차로서는 짧은 역사동안 많은 발전을 이루어냈으며, 생산량으로는 세계에서 손을 꼽고, 자체적 기술개발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해낸 기업이다. 아버지 세대에서 애국심 마케팅이 통하는 이유 중 하나이면서, 한국의 경제의 한 측면을 담당하고 있기에 만에 하나 잘못된다고 하더라도, 그 파급되는 악영향은 심각하다. 그래서 잘 되길 바란다.
자, 그럼 회초리질을 시작해보자. 현대자동차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무엇을 고쳐나가야 하는지 잘 모른다. 그래서 지금부터 지적질을 제대로 해보려 한다.
현대자동차는 왜 외면받고 있나?
심각하다. 외면받고 있는 이유조차 모르고 있다. 어쩌면 이것부터가 심각한 현대자동차의 위기라고 말할 수 있다. 조직문화 자체가 YES맨 밖에 없나 싶다. 특유의 갑질문화와 무대뽀 마인드는 이제 국민정서와 맞지 않다.
1. 비싸지는 가격
수입차와 가격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다. 엔트리급의 보급형 모델의 경우에는 저렴하지만, 깡통모델에 한한 이야기다. 신차가 나올때마다 가격은 올렸지만, 풀옵션이 아니라면 타고 다니기 힘들 정도로 만들어 놓았다. 비빔밥에 고추장을 옵션으로 넣는 수준의 옵션정책과 가격은 소비자로 하여금, 선택의 폭이 넓어진 시장에서 고객들은, 품질은 차이나지만, 가격이 차이나지 않는 차를 비싼돈 주며 사기 힘들다는 사실은 스스로 알 것이다. 비싸진 만큼, 품질도 좋아졌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사진 = 마대빠더
2. 차별받고 싶지 않다.
항상 나오는 이야기이다. 오죽하면, 현대자동차가 수억을 들여 수출형과 내수형의 쏘나타를 정면출돌을 하는 이벤트를 벌였을까 싶다. 에어백이 잘 터진다고 강조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 아닌가? 안전사양과 각종 옵션들이 수출형과 내수용이 다르다는 이야기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현대자동차는 차별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각 국가의 법규를 만족시키다보니 조금 다르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이미 차별을 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차를 타는 것은 사람이다. 사람이 타는 자동차에 안전사양이 달라서는 소비자들이 좋아할까?
무엇보다도, 이번 충돌테스트 이벤트는 한편의 블랙코미디다. 에어백이 터지는 것이 당연한데, 그것을 대단하다고 광고하는 것 자체부터가 얼마나 웃긴 이야기인가? 내수차별에 대한 논란을 잠재우기란 이런 이벤트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고객의 마음을 이벤트 한번으로 돌릴 수 있을까? 기업은 '이미지' 그 자체다. '이미지' 를 통해 가치를 떨어트린 것은 현대자동차 스스로다.
특단의 조치로 이런 차별을 불식시키기 위한 이벤트였겠지만, '이벤트' 로만 보인다.
3. 갑질과 무대뽀. 이제는 버려야 한다.
현대자동차의 서비스 센터는 확실히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의 간판을 함께 다는 '블루핸즈' 혹은 아직 몇 사업소는 여전히 고객과 마찰을 일으키거나, 차량의 하자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고객책임 혹은 "원래 그래요" 로 일관하며, 고객을 무시했다. 예를 들어, 급발진 의심사고가 발생해도 소비자가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기업문화가 대기업 위주로 법이 만들어지다보니, 힘이 약한 소비자들은 커뮤니티 등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 전부이며, VIP 고객들의 차량 하자 등은 소리소문 없이 수리하거나, 교환하는 등 의혹에 대해 덮기에만 급급하다.
갑질문화. 무대뽀. 이제는 버려야 할 역겨운 관습이다.
4. 도전하지 않는다.
처음에 제네시스 쿠페를 보았을 때 가슴이 설레였고, 밤잠을 이룰 수 없었다. 해외 스포츠카와 비교하자면 아직 한참 낮은 수준의 완성도이지만, 나는 제네시스 쿠페에 반했고, 지금 타고 다닌다. 하지만, 현대자동차는 이제 이런 도전을 하지 않는다. 세계 5위 안에 드는 생산량을 보이는 현대자동차이지만, 고성능 브랜드가 없다. 그나마 이제 정의선 부회장의 지시로 고성능 브랜드인 'N' 을 만들고는 있지만, 늦은감이 있다. 과연 무엇을 만들지도 궁금해지지만, 기본기가 되지 않는 수준에서 고성능 브랜드를 만들 때 완성도가 어떨지는 의심이 가게 만든다.
제네시스와 LF 쏘나타를 통해 기본기를 다졌다. 하지만, 원래 그랬어야 한다. 원래 그렇게 자동차의 기본기는 잘 돌고, 잘 서고, 잘 달려야 한다. 그걸 자랑이랍시고 한다는 것 자체가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아이가 내일은 육상대회 나가겠다는 느낌이다.
모터스포츠에 대한 투자도 너무 약하다. WRC에 나가고 있는 것은 알지만, 그 기술을 바탕으로 양산차를 생산하지도 않았으며, 국내에서는 WRC나 국내 모터스포츠의 홍보가 제대로 되지도 않고 있다. 이것은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회사를 설립한 것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자동차를 만든' 회사이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도전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기본기부터 다지고 볼 일이다. 아반테, 엑센트 등의 차량까지 제대로 만든다면 도전도 해볼만 하다.
5. 이해와 소통? 불통!
자동차 블로그를 6년동안 했었다. 현대자동차와 '이해와 소통' 이라는 행사로 공장에 견학도 가고, 많은 엔지니어와 이야기를 하고, 시승도 해봤다. 하지만,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더 이상 찾지 않으며, 블로거들을 자신들의 나팔수 내지는 앵무새로 생각하는 것 같다.
QnA 시간에 질문을 하면, 엉뚱한 답변이 돌아오기 일쑤였다. 내가 질문을 잘못한 것인가 싶었지만, 되돌아올 답변들이 질문의 본질을 흐리는 답변들이기에 더 질문하고 싶지 않았다. 소비자들은 장단점을 모두 알 권리가 있으며, 시승기에서도 경쟁차종과 비교해서 평가할만한 컨텐츠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대자동차는 자신이 없는지 비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소통이라는 것을 위해 팀을 만들었지만, 일방통행에 가깝다.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자신들의 말을 전해줄 사람들만 찾는다. 독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진실을 자꾸 가리다 보면, 소비자들은 진짜 진실을 말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
6.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거짓말도 큰 잘못이지만, 현대자동차는 고객과의 마찰이 생길 때에 덮기에 급급하다. 문제가 될 이슈가 발생하면, '오해다','고객 과실이다' 라는 것보다, 자신들의 품질결함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지 않는다. 제대로 된 사과를 들어본 적은 없다. 그게 고객의 등을 돌리게 하는 가장 큰 이유다. 고객과의 '쇼부' 를 보기보다, 사과부터 시작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 어떨까 싶다. 인정해야 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고객과의 신뢰와 이미지 관리는 기업의 전부다. 이미 현대자동차는 많은 고객을 잃었다. 특히, 미래의 고객들을 말이다. 되돌리기엔 이미 상당히 늦은감이 있다. 하지만, 이제라도 바뀌어야 한다. 진심이다. 나는 아직 현대차를 타고 싶다. 품질과 성능이 좋으면서, 가격도 합리적이며, 고객과 소통도 잘 되는 현대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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